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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복  [pkom5453@hanmail.net]

   <정연복 시인 우정 시 모음> '우정' 외

 

<정연복 시인 우정 시 모음> '우정' 외

+ 우정

연인들의 사랑이
장미꽃이라면

벗들의 우정은
들꽃 같은 것

장미꽃은 눈부시지만
어느새 검게 퇴색하여도

들꽃은 볼품없어도
그 향기 은은하다

사랑의 맹세는
아스라이 물거품 되어도

우정의 언약은
길이길이 변함없는 것

사랑이 떠나
슬픔이 밀물 지는 때에도

우정은 남아
말없이 생명을 보듬는다


+ 우정(友情)

철 따라 꽃은 피고 지더라도
쉬이 변치 않고

뜨거운 사랑의 맹세보다도
더 깊고 오래가는 것  

이 세상 끝날까지
해도 하나 달도 하나이듯

세월의 강 너머  
유유히 흐르는 바다.

언젠가 우리 맘속에
터잡은 그날부터

변덕스러운 세파에도
처음의 빛 바래지 않고

고통과 시련 앞에서
더욱 참되고 견고해지는

날로 소중히 여겨지는
생명의 기둥 같은 것.

너와 나의
아름다운 우정.


+ 벗의 노래

홀로는 이슬 하나의
무게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작고 여린 꽃잎들이

층층이 포개어지고
동그랗게 모여
이슬도, 바람도 너끈히 이긴다

하나의 우산 속에
다정히 밀착된
두 사람이

주룩주룩 소낙비를 뚫고
명랑하게 걸으며
사랑의 풍경을 짓는다

가파르게 깊은 계곡과
굽이굽이 능선이 만나서
산의 너른 품 이루어

벌레들과 새들과 짐승들
앉은뱅이 풀들과 우람한 나무들
그 모두의 안식처가 된다

나 홀로는 많이 외로웠을 생(生)
함께여서 행복한  

참 고마운 그대여,
나의 소중한 길벗이여


+  벗의 노래

이제는 아득히
멀어진 그때 그 시절

우리 청춘의 때에
하나 둘 엮었던
추억의 힘으로

긴 세월의 간격
가벼이 넘는
우정은 아름다운 것

꽃 피는 날에도
낙엽 지는 날에도
우정은 한결같은 것

기쁨으로 왔던 사랑
슬픔으로 사라지는
고달픈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도

'벗'이라는 이름으로
스쳤던 인연의 옷깃은
닳지 않아

우리의 마음속에
별처럼 보석처럼
빛나고 있어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우정은 아름다워라


+ 벗에게

끝없이 넓은 우주 속의
작디작은 점 하나
푸른 별, 지구

수많은 사람들 중에
벗이라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나

한 세월 함께 살아가는
그대여, 나의 벗이여

꽃들이야
세월 따라 피고 또 지더라도

우리들 마음속의 우정은
영원하여라!

세상살이 온갖 기쁨과 슬픔
함께 나누어도 좋을

벗이여
나의 소중한 벗이여


+ 벗에게

누구에게나
외롭고 쓸쓸한
삶의 뒤안길이 있다

어느새
반 백년의 세월이 스친
나의 인생살이에도

이제 와 뒤돌아보니
외로움의 그늘 한줄기
길게 드리워 있었네

생각처럼 쉽지 않아
고단함이 쌓이는 삶 속에
가끔은 남몰래
안으로 눈물 삭였지

하지만 벗 하나 있어
기둥처럼 든든한
그런 벗 하나 맘속에 있어

나 지금껏 살아왔네
나 기쁘게 살아가리


+ 오랜 벗에게

나무는 한곳에 붙박이로 서서
몇 백 년 말없이 살아가고

꽃은 철 따라 피고 지면서도
그 모습과 빛깔 한결같다

오늘의 태양은
내일도 어김없이 떠오르고

지금 내 눈에 와 닿는 별빛은
아득히 먼 우주를 한결같이 달려왔으리.

세상의 모든 보이는 것들
세월 따라 달라지고 사라져도

영원 무궁토록 변치 않는
보이지 않는 것들 있어

우리의 삶은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아름답고 기쁘니,  

까마득한 옛날에 만나
슬쩍 인연의 옷깃 스쳤을 뿐인데도

조금도 낯설지 않은
나의 오랜 벗이여

우리의 첫 마음, 우리의 우정도
한평생 변함이 없으리.


+ 벗에게

우리가 벗의 인연을 맺은 지
벌써 삼십 년이 훌쩍 넘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에도
너는 참 한결같았지

들꽃처럼 순한 눈빛
산같이 흔들림 없는 삶

그런 너의 모습
이따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세상 살아갈
새 힘을 얻곤 했지

이제 저만치
우리 목숨의 끝도 보이는데

남은 세월에는
우리의 참된 우정  
더욱 알뜰히 가꾸어 가자

한세월 같이 가는
고마운 벗이여


+  벗에게

눈 깜빡할 새
만 삼십 칠 년이 흘렀네

'가난한 마음으로 살자'던 그 한마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내 가슴 한복판에
화살로 날아와 깊숙이 박힌 것이.

우리의 검던 머리에 흰 서리
내리도록 쏜살같이 흘러온 세월
이제 와 뒤돌아보니

그 나지막한 한마디가 어쩌면
내 생의 화두(話頭) 되어

쓰러질 듯 휘청거리던 날들 버티는
든든한 힘 되어 주었지.

보이지 않아도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

산(山)처럼 말없이
크고 낮은 마음 하나 지켜 가며

우리의 오랜 우정도
영원히 변함없으리.


+ 집

한세상 살면서
나도 남들처럼

어엿하게 집 한 칸
가져 보았으면 좋겠네

그 집 대문에
큼지막한 글자로

내 이름 석 자도
벼슬처럼 새겼으면 좋겠네

내가 살아서
여나문 명의 벗들

나 지상을 떠난 다음에도
문득 추억에 이끌려

두엇 친구
불시에 들러도 좋은

그저 허름한
사랑의 집 하나

마음에 지었으면
참 좋겠네


+ 퇴직하는 벗에게

대학 졸업이 코앞이던 어느 날 술집에서
은행에 취직했다며 장난 삼아 어설피
배춧잎 돈다발 세는 모습 보여주던 때가
바로 엊그제 일만 같은데
어느새 만 스물 아홉 해가 지나
자네가 퇴직을 했다니 꿈만 같아

백 열 여섯 번의 계절이 바뀌는
긴 세월 동안 근무지 따라
가족들 데리고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힘든 일도 적지 않았을 텐데
'직장은 내게 밥을 주는 곳'이라며
늘 진심으로 고마워했지.

복스럽던 머리숱에 흰 서리 내린 지 오래지만
슬퍼하거나 기죽지 말게
자네의 반백(半白) 은빛 머리카락은
세월의 훈장처럼 오히려 참 보기 좋지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던 말처럼
자네는 백 살을 너끈히 살고도 남을 것 같애  

그렇다면 이제 인생의 전반전이 끝났을 뿐
앞으로 남은 날들 창창(蒼蒼)하니
이름 없는 섬 마을 선생이 되고 싶다던
갓 스무 살 무렵의 소박했던 꿈
어쩌면 자네가 능히 이루었을 듯도 싶은
그 추억 속의 꿈에 모닥불 지펴

이제 급할 것 전혀 없는 황소걸음에
동심(童心)의 눈으로  
세상 풍경 차근차근 구경하며
하루하루가 소풍놀이같이 흥분되고
하는 일마다 창의(創意)와 재미와 보람 넘치는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맘껏 펼치게나.

지금껏 채송화처럼 겸손히 살아온
자네에게 아무래도 신께선 민들레 홀씨의
자유로운 영혼 하나 선물하실 것이니
남은 세월엔 자네가 되고 싶은
뭐든 되어 보게나.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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